나보다 더 지쳐
찬바닥에 모로 누운
몸과 마음아
이 밤만은 너희들을
살며시 늬어놓고
나 홀로 다녀오리라
달빛이 옹기종기 몸을 녹이는 숲길과
바람이 지친 다리 주무르는 대숲 지나
저 홀로 생겨났다 흔적없이 사라지는 길을
오늘 밤만은 나 홀로 떠나야겠다
더이상 몸 때문에 마음이 눈물 흘리지 않고
더이상 마음으로 저 바람에 몸 베이지 않게
까까머리 숫별이 눈 부비며 새벽종 칠 때면
꿈결인듯 아무도 모르게 돌아와 있을테니
그때까지만이라도 고이 자거라
너희들과 가는 길은
이 세상 누구라도 가슴치며 돌아볼 길
다시 걸어도 끝끝내 사무쳐 서러울 길
** 박 규리 **