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흔을 훌쩍 넘기신 엄마가 환갑 지난 딸에게
"따신물 나온다 낯 씻고 발 씻고 온나"
차~암 오랜만에 들어보는 엄마의 변함없는 잔소리(?)
예전엔 사사건건 챙기시고 잔소리 하는 엄마가 참 싫었는데
아~ 내가 엄마의 이 잔소리를 잊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에
왠지 울컥한다
가는해와 오는해를 사이에 두고 엄마와의 하룻밤
밤새 수다쟁이가 되어버린 엄마
사람이 그리워서일까
옛날옛날 처녀적 이야기부터 아버지에게 시집오던 이야기까지
마구마구 쏟아 내신다
참 무심한 딸이구나, 참 쌀쌀맞은 딸이구나..
죄송하고 또 죄송하다
돌아오는 길
언니를 만나 만날재 산책
형부를 케어하느라 집에만 갇혀 지내는 언니
답답함에 바람을 쐬고 싶어서일까
시간 있으면 산책하고 가란다
따사로운 겨울바람이 참 포근하고
타박타박 숲길도 지나고 출렁다리 너머 저 멀리
마산항이 눈에 들어오고 파란 바다와 산과 하늘과
이제는 조금씩 하나하나 내려 놓아야 할 나이
사람 사는거 뭔가가 있는가 했는데 아무것도 없더라는..
그냥 지금 이 순간순간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게 제일이라는..
철없고 융통성 없고 곧기만 한 동생에게 이른다
좀은 느슨하게 그렇게 살라고..
새해에는 좀 더 주변을 둘러보고
엄마와 언니에게 살뜰한 내가 되어야겠다
먼훗날 후회하지 않도록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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